어느 CFO의 눈물
김형수 / 경영컨설턴트
사옥, 공장, 물류창고의 건립플랜을 세울 때는
3년에서 5년 후를 내다보고 캐쉬플로우 플랜을 짜야 한다.
자칫 주먹구구나 편법, 원칙을 무시한 재무적 요행을 바라다가는
다 세운 건물이나 공장 등을 되려 병상으로 모셔야 하는
불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중요한 점은 자금조달 전후의 재무구조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판단이다.
"김이사님, 어디 계세요?! 지금 달려갈게요!!"
50대 중반의 재무이사 K가 전화를 걸어왔다. 다급한, 그러나 꽤 오랜만에 걸어온 전화였다.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순식간에 그 회사와 있었던 지난 상담일지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음, 이 회사의 상황이....음, 그렇다면."
김이사의 뇟속 기억의 폴더에 저장된 그 회사의 정보파일들은 순식간에 다급한 전화가 왜 왔을지, 그 이유를 예측해 준다. 우발적인 상담문의였다면, 결코 이런 식의 방문이나 발걸음의 재촉으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CFO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글썽였다.
인상을 보아하니, 대표이사에게 엄청 깨지고 깨지다 온 듯 했다.
“김이사님. 지난 번 빌딩 올라갈 때 말입니다.”
“빌딩 잘 올라갔잖아요? 무슨 문제라도.”
“그게, 전 정말 이렇게 될 줄은....”
“아! 혹시....?!”
이 회사는 재작년 초 빌딩을 신축하면서 토지구입비와 공사대금을 조달한 바 있다. 국책은행을 통해 정부자금을 저금리로 조달해 건물을 올렸고, 임대분양까지 마친 뒤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빌딩을 담보로 한 대출금 이자는 잘 상환하고 있었지만, 회사의 운영자금에 경색이 일었고 이에 재무이사(CFO)는 2차 자금조달을 진행했다. 그런데 멋지게(?) 운영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표이사에게 CFO는 하루 종일 깨지고 또 깨질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자금이 필요한 적기에 자금수혈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 역시 사람의 인체에서 나타나는 동맥경화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을텐데요. 운영자금은 공사대금 조달할 때 미리 함께 조달해 비축해 놔야 한다구요?”
“그게, 이자부담 좀 줄여본다고 생각했던 게 이런 사단으로 이어질 줄은....”
CFO는 재무이사로서 자금조달의 원칙 중 하나를 무시한 벌(?)을 달게 받는 중이었다. 사옥을 건립할 때는공사대금과 운영자금을 함께 조달해야 한다는 원칙! 그러나 이 CFO는 이자부담을 줄여 보겠다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결국 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운영자금 조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재무제표를 살펴보니, 부채비율이 상상 이상으로 높은 상태였다. 게다가 건설중인 자산에 대한 대출금 이자 역시 몽땅 비용처리해 버린 뒤였다. 이럴 경우, 다시금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플랜을 짜야 한다. 길게는 3년이 걸릴 수 있고, 짧게는 1년 안에 해결될 수도 있으며, 시기가 적절히 맞고 운도 따라 준다면 응급처치를 통해 자금을 수혈하여, 회사의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사옥, 공장, 물류창고의 건립플랜을 세울 때는 3년에서 5년 후를 내다보고 캐쉬플로우 플랜을 짜야 한다. 자칫 주먹구구나 편법, 원칙을 무시한 재무적 요행을 바라다가는 다 세운 건물이나 공장 등을 되려 병상으로 모셔야 하는 불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중요한 점은 자금조달 전후의 재무구조에 대한 예측과 판단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충실히 무시(?)하고, 스스로 뭔가 재주를 부려보겠다고 달려들다가는, 성과를 내고자 노력한 흔적조차 보상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우리의 50대 중반 CFO께서는 재무적 요행을 추구했고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퇴근길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걸 끔찍이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사태가 악화된 상황에서는 그 어떤 일확천금을 주고도 재무적 해법을 살 수 없다. 다행히 시기와 운이 따른 터라 그 CFO의 운명은 다시금 전화위복을 맞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 경우 오직 해법은 장기간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최적의 재무플랜을 실행하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적시에 필요한 전문가의 조언 속에는 시간을 압축해 얻은 숱한 시행착오의 결실이 내재돼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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