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회사는 부자인데 가난한 CEO
김형수 / 경영컨설턴트
구멍가게 철학의 관점에서도
회사 경영의 목적은 이익을 남기고
그 이익을 개인의 주머니로 회수해 가는 것이라고 할 때,
그 고유 목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외감기업이냐 비외감기업이냐는 정말로 별로 중요하진 않다.
하지만 진정한 부의 이동이 필요하고,
그것이 법인에서 개인으로 향해야 하며,
속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2019년도부터는 기업들의 외부감사 대상 요건이 변경되었다. 2018년 11월부터 시행되는 외감법에 따른 외감대상의 요건은 1) 자산총액 120억 2)부채총액 70억 3) 매출 100억 4) 종업원 100명 이상이다. 이 4개의 요건 중 2개 이상에 해당되면, 2019년부터는 외감기업에 속하게 된다.
그럼 2018년도 결산을 앞 둔 시점에서는 어떨까. 이때까지는 개정 전의 법률이 적용된다. 2018년도 귀속 결산을 준비하는 회사들은 개정 전의 법률에 따른 3가지 요건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1) 자산총액 120억 2) 자산과 부채 총액 각각 70억 이상 3) 자산총액이 70억 이상이고 종업원 300명 이상이다. 이 요건 중 1개라도 해당되면 18년도 귀속 외감기업이 된다.
컨설턴트로서 기업의 현장에서 CEO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CEO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이 되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규모와 속도, 그 생명체가 가진 성장의 유전자가 가진 저돌적인 성향을 보면, 어떤 회사들은 CEO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감기업을 향해 성장 질주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단기간에 이런 성장의 질주를 보이는 회사들이라면, CEO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외감대상이 되는 것을 회피하는 일은 단기간에는 매우 힘든 일이어서, 제 아무리 출충한 극약 처방을 쓴다고 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외감기업에 대한 CEO들의 우려는 넉넉한 시간을 갖고 준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외감기업이 되기 싫으면, 비외감기업의 요건을 유지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2019년도, 2020년도, 그 이후 년도에 자신의 회사가 외감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외감 지연 또는 회피를 위한 재무적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며, 향후 기업의 미래와 주주들의 이익회수전략과도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는 일이기도 하여, 다각도의 점검이 요구되는 일이다. 전략적인 선택이 요구되는 일이라서 오로지 대주주와 CEO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무조건 비외감 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외감기업이 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선택의 갈림길에서 외감기업의 길을 선택한다면, 보다 투명한 기업공개를 통해 향후 M&A나 IPO를 고려하기가 수월하다. 하지만 외부감사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거나, 회계적으로 비외감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잇점이나 혜택에서 멀어지는 점, 아울러 결산 재무제표가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에 공개되는 점 등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회사의 성장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 외감기업의 길을 가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
외감기업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외감기업 ‘지연’이나 '회피'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재무경영을 펼쳐야 한다. 이 또한 전적으로 CEO의 의지가 중요한데, 무엇보다도 기업 내 CFO의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며 전문 컨설턴트에 대한 신뢰는 물론 전사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어떠한 길을 선택하며 성장을 하든 상법상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외감이든 비외감이든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동일성을 가지며, 이 영리성이란 '분배' 실현까지를 포함하는 의미임을 감안한다면, 결국 CEO가 외감기업의 길을 선택하든 비외감기업의 길을 선택하든, 회사는 이익을 남기고 이익잉여금을 분배하는 기관이며, 이런 측면에서 외감과 비외감의 선택 전략은 '이익회수'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회사의 이익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의 문제는 회사를 중심으로 한 각 이해관계자들 간의 법률적인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란 주주(순수주주와 임원이면서 주주), 임원(비주주임원, 비등기임원, 순수임원), 채권자(담보채권, 금융채권, 기타)를 말한다. 이익회수를 중심으로 한 이 이해관계는 CEO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경영의 본질이 된다. 주주와 주주의 관계, 주주와 경영자의 관계, 경영자와 임원의 관계, 임원과 임원의 관계 등 복잡하게 얽힌 이 이해관계를 조율해 가는 일이, 어찌보면 회사의 운명을 거머쥔 CEO의 본원적 임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CEO들은 최대한 원칙주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회사의 이익회수에 관해 법률이 인정하는 범위, 우선순위, 차등관계 등에 밝아야 한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대개 대주주(오너)이면서 대표이사(경영인)를 겸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의 주주로서 갖게 되는 배당권과 경영자로서 얻게 되는 급여, 상여, 임원퇴직금 수령에 대한 권리는 법률이 인정하는 유일하면서도 합법적인 '이익회수'의 방법이다. 어떤 CEO들은 "요즘 누가 배당을 받나?"라고 하거나, "회삿돈을 그냥 적당히 빼서 쓰면 되지 무슨 절차를 그렇게 다 지켜?"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회사 경영의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오너-경영인들은 그저 구멍가게 수준으로 회사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뼈아픈 경험을 얻지 않을 수 없거나, 아니면 회사가 성장하며 이익을 내긴 하는데도 늘 자신의 주머니엔 푼돈 밖에 채워지지 않는 현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익회수란 매우 합법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이런 절차를 통해 수많은 오너-CEO들이 회사에 쌓인 이익금을 회수해 가고 있다. 가급적 그래야만이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세무조사와 세금폭탄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적인 요건을 제도적으로 완비한 뒤에 이익금을 회수해 가야 향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도를 어떻게 만들고, 규정을 어떻게 제정하고, 배당-급여-상여-퇴직금의 종합적인 플랜을 어떤 시뮬레이션으로 준비하는가에 따라 ‘회사는 부자인데 가난한 CEO'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외감기업이든 비외감기업이든 무관하다. 즉 회사 내에 이익잉여금이 장부상 얼마가 쌓여 있는지, 유보금이 장부상 얼마나 쌓여 있는지, 현금이 통장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와 무관하다. 장부상의 이익금이나 유보금이 모두 현금은 아니며, CEO의 돈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돈이 CEO의 돈이 되려면 법률이 인정하는 절차와 방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구멍가게 철학의 관점에서도, 회사 경영의 목적은 이익을 남기고 그 이익을 개인의 주머니로 회수해 가는 것이라고 할 때, 그 고유 목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외감기업이냐 비외감기업이냐는 정말로 별로 중요하진 않다. 하지만 진정한 부의 이동이 필요하고, 그것이 법인에서 개인으로 향해야 하며, 속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어느 날 갑자기 CEO나 임원,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중 한 분이 유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생겨 요양이 필요하거나, 이해관계로 인해 임원중 누군가가 퇴직을 해야 하거나, 동업자가 지분 정리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분할이 필요할 때나, 10년 후 20년 후 회사의 주식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거액의 세금이 예상되거나, 회사로부터 받는 보상이 현저히 여유롭지 못하거나 할 때에는 외감이냐 비외감이냐에 따라 상황은 천차만별일 수 있고, 그 장단점 또한 천지차이일 수 있다.
최근의 판례들이 보여 주는 매우 안타까운 사실들은 과세 당국은 늘 현재를 문제 삼지 않고 ‘과거(5년 치)’를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경영의 저울은 늘 수평으로만 존재해서는 의미가 없다. 시간의 속도감을 상실한 저울은 지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미래의 불행에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728x90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CEO의 딜레마 (0) | 2019.02.19 |
---|---|
어느 CFO의 눈물 (0) | 2019.02.19 |
A 출판사의 매출은 왜 떨어지는가 (1) | 2017.07.20 |
한국의 100대 출판사 기업분석 1. 김영사 (0) | 2017.05.05 |
송인서적 13. 마지막회 (0) | 2017.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