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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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단편소설 2

김형수 단편소설_나의 멘토에게

나의 멘토에게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4악장의 멜로디가 지붕 높은 예배당 안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습니다.‘아니, 이 멜로디는 MBC 장학퀴즈 주제가인데! 누가 이곡을 연주하는 걸까?’예배당의 문을 밀고 들어갔을 때, 단상 위에 홀로 선 채 은빛 트럼펫을 연주하던 형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당황했고 망설였지요. 하지만 저 멀리 단상 위에 있는 한 존재를 향한 호기심은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붉은 카펫을 따라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어요. 점점 윤곽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서, 어릴 적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었어요.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어요.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 있는 삼촌댁에 놀러 갔다가 전곡극장에서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철..

소설/단편소설 2025.06.14

김형수 단편소설_현상금

현상금 1. 남들 다 쉬는 추석 날 이게 뭐람!올해로 형사 경력 20년 차인 신동호는 추석 날 아침부터 운동권 수배자 검거에 나서는 자신이 처지가 못내 섭섭했다. 현상금 500만 원에 1계급 특진 포상이 걸린 거물급 수배자 특별 검거령이 본청에서 하달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자기보다 혈기왕성한 젊은 형사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며 용케도 검거 실적을 잘 달성해 갔다. 유독 신형사만은 아직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해 연일 속을 끓이고 있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법한 반장은 한 술 더 떠 앞으로는 아침조회 때마다 개인별 검거 실적표를 공개한다면서 엄포까지 놓은 상황이다. 제기랄, 여기가 무슨 보험회사야?신형사의 푸념은 서울의 신촌 로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턱이 빠지도록 하품을 할 ..

소설/단편소설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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