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 12월 16일 오후 7시 집회의 열기가 한창이던 때였다. 임시지휘부 가운데 두 명의 사내가 서쪽 화단의 붉은 벽돌담을 훌쩍 넘어 구청 건물의 뒤편을 돌아 어둠 속으로 슬며시 사라졌다. 학생대표 전용무와 노동자대표 장기운이었다. 두 사람은 비좁은 주택가 골목길을 통해 걷다가 경찰 병력의 후미를 우회했고 거기서 한 블록 정도 더 떨어져 있는 포장마차 거리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생인 전용무가 앞에서 길을 인도했고 약 10미터쯤 뒤에서 구로지역의 노동운동가로 활동 중인 장기운이 따라 걸었다. 길을 걷는 동안 전용무는 전방과 사위를, 장기운은 뒤에서 미행자를 살폈다. 구청의 담을 넘은 지 약 15분 후 두 사람은 포장마차가 즐비한 구로동의 번화가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12월 중순의 밤거리는 벌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