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CEO의 딜레마
김형수 / 경영컨설턴트
최근의 판례를 보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차명으로 관리하던 주식을 불법 회수하다가
벌금 1억 씩을 맞은 사례가 있다.
근데 문제는 벌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회사 오너들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차명주식 회수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A는 매출 100억대를 자랑하는 법인기업이다. 60대 후반으로 접어든 대표이사는 몇 년 전부터 줄곧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줄 때 내야할 세금'을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20년 전 회사를 개인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할 때, 주식지분 중 50%는 자기 명의로 해 놓았지만, 나머지 50%를 3명의 차명주주에게 분배해 놓은 것이, 최근 들어 골치아픈 문제로 툭툭 불거졌기 때문이다.
가장 황당한 사건은 3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차명주주 B씨의 사망이다. 평소 연락이 끊겨 소식을 알 수 없던 B씨가 사망하자 어느날 B씨의 아들을 자처한 자가 회사를 찾아온 것이다.
"회사의 주식지분 30%에 대한 상속세를 이미 납부했습니다."라고 입을 연 B씨의 아들은 '30%' 지분에 대한 명의개서를 요구하면서 처분권까지 운운했다. 60대 후반의 대표이사는 순간 미치고 팔짝 뛸 수밖에 없었다.
"이 양반아, 그 주식은 내가 자네 아버지에게 빌려준 걸세. 차명이라구!"
"차명이라뇨! 근거 있습니까?"
"근거? 있지!"
"그럼 제시해 보세요."
"..........."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있는 시대도 아니었고 오로지 근거라고는 자신의 또렷한 기억밖에 남지 않은 대표이사는 오직 말로 B씨의 아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를 회사 근처 식당으로 데려가 삽겹살을 구워 주고 소주를 따라주며, 오래전의 자신과 B씨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묵묵히 삽겹살과 소주를 들이키던 그 아들은 대표이사의 온갖 설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쌈 까지 싸 주면서 입에 침을 튀겨가며 B씨의 주식지분은 본래 자신의 소유임을 주장해도, 망자의 아들로서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미 세무당국이 아버님의 주식을 상속재산가액에 포함시켜 부과했고, 저흰 납세를 종결한 상황입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대표이사는 곧바로 나머지 20%의 차명주식을 회수하기 위하여, 2명의 전직원(둘은 부부였다)을 수소문하였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10년 전 회사를 퇴사한 이후 한국을 떠나 멕시코로 이민을 간 상황이었고, 주변의 지인들도 그들의 연락처를 알 길이 없었다. 대표이사는 전직원을 동원하여 SNS를 통해 이민을 간 전 직원 부부를 수소문하였다. 하지만 그 흔한 SNS 소통 채널에서도 이 2명의 차명주주는 깜깜 무소식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성장해 온 이 법인회사의 주식가치는 평가액만 약 50억이 넘는다. 그중 50%만 대표이사 명의로 되어 있고 나머지 25억 어치의 50% 지분은 공중에 붕 뜬 상황이다. 대표이사는 50%의 지분이라도 하루 빨리 자녀에게 넘겨 주고자 하지만, 자식이 증여세 수억원을 낼 형편도 안되어 오히려 빚을 내야할 상황이고, 30%의 지분을 가진 B씨의 아들은 경영권을 넘보며 상근 이사직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었다. 멕시코로 이민을 간 전직원 부부는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고.
우리 주변의 회사들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부분 과점주주를 피해가기 위해 50%의 지분을 타인 명의로 해 놓는 경우인데, 회사가 성장할수록 지분에 대한 회수 비용이 점점 불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앞선 사례처럼 상속으로 인해 자동으로 차명주주의 자식에게 지분이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거나, 차명주주가 연락이 안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시간, 비용, 스트레스가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최근의 판례를 보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차명으로 관리하던 주식을 불법 회수하다가 벌금 1억 씩을 맞은 사례가 있다. 근데 문제는 벌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회사 오너들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차명주식 회수플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평생을 바쳐 일구어 온 회사의 주식 지분을 현가로 평가해 보고, 또 자신의 남은 생애 동안 그 가치가 얼마나 상승할지에 대해 단순히 고려해 보는 것만으로도, 차명주식 보유 회사의 오너들은 숨이 막혀 올 것이기 때문이다.
PS: 국내 출판 회사 중 ***법인의 경우는 대표이사가 지분 51%를 갖고 있고 나머지 49%는 10명 이상의 전직원이 쪼개서 소유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 @@@법인 역시 대표이사는 30%만 갖고 있고 나머지 70%는 7명이 10%씩 소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 역시 4명의 차명주주가 생사를 알 길이 없다. 법인은 자연인과 달라 나이를 먹어도 대표이사처럼 늙진 않지만, 대표이사는 다르다.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자식들에게 법인 회사의 지분을 승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뒤따른다.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점은 출판계의 1세대들이 쌓아 온 기업의 자산은 이미 2세대에게 상속된 지 오래지만, 문제는 이 2세대가 여전히 선대의 상속지분을 누리며 아직도 현재의 삶에 내재된 미래의 경계성 신호들에 대해 무감하다는 점이다. 개인사업자로서 법인전환을 고려할 때 아무 생각이 없었거나, 법인회사를 경영하면서 회사가 가진 리스크를 제때에 점검하지 않는다면, 51%지분 때문에 갖게 되는 과점주주의 리스크나 차명주주 때문에 겪게 될 지분 회수의 난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PS.
국세청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하여 차명주식을 이용한 탈세행위 차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편법적인 차명주식 회수에 대해서도 이미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은 장기간에 걸친 주식 보유현황, 취득∙양도 등 소유권 변동내역, 각종 과세자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외부기관 자료까지 연계하여 주식의 취득∙보유∙양도의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경영자가 지켜야 할 것들은
퇴근 시간뿐만이 아니다.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식회사 정관변경의 핵심 (1) | 2019.07.22 |
---|---|
컨설턴트란 직업 (0) | 2019.02.19 |
어느 CFO의 눈물 (0) | 2019.02.19 |
회사는 부자인데 가난한 CEO (0) | 2019.02.19 |
A 출판사의 매출은 왜 떨어지는가 (1) | 2017.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