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지휘부 - 12월 16일 오후 6시 12월의 중순의 석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침몰하고 있었다. 광장의 거친 아스팔트 위에서 마지막 입김처럼 머물던 한 줌의 햇볕은 어둠이 날름 삼켜버렸고 차갑고 세찬 겨울바람은 낮게 깔리며 군중들의 발목을 할퀴고 지나갔다. 무채색의 두려움이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으로 감지하면서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저마다 두터운 외투 속에 한 자락의 온기와 한 줌의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가슴속 어딘가에는 저마다의 분노를 숨긴 채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남녀노소를 가리 않고 검고 흰 머리채들이 인파를 형성하며 자유롭게 유영하는 과장. 간헐적으로 목청껏 터져 나오는 누군가의 절규나 외침은 수직으로 공명하며 모두의 머리 위에서 잠시 부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