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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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학생운동 3

연재소설_젊음의 기원_07_인연_87년 12월 16일 오후 5시 30분

7. 인연_12월 16일 오후 5시 30분 시위 진압 현장에 투입된 전투경찰들은 늘 배가 고팠다. 불규칙한 식사 횟수 때문이었다. 물론 시위대와 맞붙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시간만 피한다면 어김없이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들도 시위 현장에서 먹는 짬밥은 맛이 없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전경들은 사시사철 길바닥에서 밥을 먹어야 했고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바깥의 기온 변화와 불현듯 닥쳐오는 궂은 날씨에도 정권의 안위만을 보위하기 위해 차출된 이 나라의 청년들은 들짐승처럼 묵묵하게 주어진 현실을 버텨가야 하는 처지였다. 군기반장 철만이 속한 백골단 역시 전투경찰들과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 신분의 용병 아저씨들을 뺀 모든 현역 복무자들은 전경이든 ..

소설/장편소설 2025.06.26

연재소설_젊음의 기원_06_출동명령_87년 12월 16일 오후 4시 30분

6. 출동명령_12월 16일 오후 4시 30분치안본부장은 구로경찰서장의 전화를 받으며 뒷목을 꽉 움켜쥐었다. 제13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내내 24시 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불철주야로 쏟아 온 노력들이 이번 사건으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직선제 개헌을 통해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인만큼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합법적인 외양을 띠고 정권을 창출하게 돕는 게 경찰 수뇌부의 임무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난 세월 동안 군사독재 정권의 개로 짖어 온 경찰의 면면을 말끔히 분식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선거 당일인 12월 16일은 모든 권력기관에게는 가장 중요한 날이자 역사적인 날인데, 하필 선거 당일에 부재자 투표함 밀반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치안본부장은..

소설/장편소설 2025.05.21

연재소설_ 젊음의 기원_05_기자회견_87년 12월 16일 오후 2시

5. 구로구청 기자회견_12월 16일 오후 2시 민사독 기자와 신수미 기자는 구로구청 앞마당에 운집한 인파를 헤집고 청사 건물 3층에 있는 선관위원실 앞에 도착했다. 민기자가 문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려 했지만 철문은 안에서 굳게 닫혀 있고 안내문 한장이 달랑 붙어 있을 뿐이었다. 인상을 잔뜩 지뿌린 민기자는 안내문의 글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투표함 반출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 오후 4시’...주최...‘공정선거감시단, 평민당, 민주당, 선관위’민기자는 혀를 끌끌 차며 문을 발로 세게 찼다. 안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고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신수미 기자가 카메라로 안내문과 닫힌 문을 찍었다. 기회견장은 굳게 닫혔으나 다른 기자들은 벌써부터 복도에 앉아 진을 치고 있었고 민기자는 그런 ..

소설/장편소설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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