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인연_12월 16일 오후 5시 30분 시위 진압 현장에 투입된 전투경찰들은 늘 배가 고팠다. 불규칙한 식사 횟수 때문이었다. 물론 시위대와 맞붙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시간만 피한다면 어김없이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들도 시위 현장에서 먹는 짬밥은 맛이 없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전경들은 사시사철 길바닥에서 밥을 먹어야 했고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바깥의 기온 변화와 불현듯 닥쳐오는 궂은 날씨에도 정권의 안위만을 보위하기 위해 차출된 이 나라의 청년들은 들짐승처럼 묵묵하게 주어진 현실을 버텨가야 하는 처지였다. 군기반장 철만이 속한 백골단 역시 전투경찰들과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 신분의 용병 아저씨들을 뺀 모든 현역 복무자들은 전경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