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린 30년 만에 그녀가 찾아왔다 운전기사가 달려 나와 뒷좌석 문을 열자 독일산 외제차가 입을 쩍 벌리며 냉기를 쏟았고 블랙 팬티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에선 관능미가 흘렀다 사모님이라 부르며 고개를 숙인 젊은 기사의 왼 가슴 포켓으로 가늘고 긴 손가락 두 개가 오만 원권 세 장을 쏘옥 집어넣고는 블랙 선글라스를 정수리에 걸치고 그윽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다가오고 있다. 호텔의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그는 지긋이 눈을 감는다.로비 안의 모든 사물들이 일제히 몸을 떨고 움직이는 것들과 이동하던 존재들이 순간 멈춤 상태로맥박 소리만 분수처럼 뿜으며 시간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청년의 이마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다 영린은 핸드백에서 생리대를 꺼내 청년의 이마를 압박한다 붉은 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