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_12월 16일 정오 나이프가 고깃살을 가르며 접시 바닥을 긁고 지나갔다. 붉은 피로 물든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 한 점이 포크에 찍혀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지긋이 눈을 내리깔고 고상하게 고깃조각을 씹어 삼키는 동안에도 양손으로는 스테이크를 깍두기 조각처럼 잘라 접시 위에 일렬 횡대로 정렬시켰다. 엔틱한 분위기의 집무실 집기들이 천년고목의 묵향을 은은히 내뿜으며 엄숙한 실내를 지배하듯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가 연주하는 비탈리의 샤콘느 선율이 집무실의 높은 천정 위를 휘젓고 다니며 환상적인 공명을 투사하고 있었다. 그쯤 되면 레드 와인이 어울릴 법한데도 그는 이따금 목이 메일 때마다 발렌타인 30년 산을 온더록스로 차갑게 들이켰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의 스몰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