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이후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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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노태우 2

연재소설_ 젊음의 기원_05_기자회견_87년 12월 16일 오후 2시

5. 구로구청 기자회견_12월 16일 오후 2시 민사독 기자와 신수미 기자는 구로구청 앞마당에 운집한 인파를 헤집고 청사 건물 3층에 있는 선관위원실 앞에 도착했다. 민기자가 문 손잡이를 열고 들어가려 했지만 철문은 안에서 굳게 닫혀 있고 안내문 한장이 달랑 붙어 있을 뿐이었다. 인상을 잔뜩 지뿌린 민기자는 안내문의 글귀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투표함 반출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 오후 4시’...주최...‘공정선거감시단, 평민당, 민주당, 선관위’민기자는 혀를 끌끌 차며 문을 발로 세게 찼다. 안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고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신수미 기자가 카메라로 안내문과 닫힌 문을 찍었다. 기회견장은 굳게 닫혔으나 다른 기자들은 벌써부터 복도에 앉아 진을 치고 있었고 민기자는 그런 ..

소설/장편소설 2025.04.30

연재소설_젊음의 기원_04_청와대 대통령 집무실_87년 12월 16일 정오

4.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_12월 16일 정오 나이프가 고깃살을 가르며 접시 바닥을 긁고 지나갔다. 붉은 피로 물든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 한 점이 포크에 찍혀 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지긋이 눈을 내리깔고 고상하게 고깃조각을 씹어 삼키는 동안에도 양손으로는 스테이크를 깍두기 조각처럼 잘라 접시 위에 일렬 횡대로 정렬시켰다. 엔틱한 분위기의 집무실 집기들이 천년고목의 묵향을 은은히 내뿜으며 엄숙한 실내를 지배하듯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가 연주하는 비탈리의 샤콘느 선율이 집무실의 높은 천정 위를 휘젓고 다니며 환상적인 공명을 투사하고 있었다. 그쯤 되면 레드 와인이 어울릴 법한데도 그는 이따금 목이 메일 때마다 발렌타인 30년 산을 온더록스로 차갑게 들이켰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의 스몰바를 ..

소설/장편소설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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