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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출간도서_바보들은 성공직전에 멈춘다_05.얼마나 실패해야 성공에 이르는 걸까

형수오빠 2024. 10. 20. 21:22

5. 얼마나 실패해야 성공에 이르는 걸까

 

<45기의 홍수환>

'성공과 실패'란 말을 들으면 눈 앞 떠오르는 생생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1970년대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 선수의 45기 명장면입니다.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의 칼날이 광무하던 유신의 한복판에서 일상에 억눌린 국민에게 일파만파로 성취의 희열과 자긍심을 안겨 준 홍수환 선수의 45기 장면은 사이다보다 더 짜릿했고 콜라보다 더 톡 쏘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1977WBA 주니어 패더급 챔피언 타이틀 전! 홍수환 선수는 2회전에서 4번이나 다운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제 경기 규정상, 한 회전에서 3번의 다운을 뺏기면 자동으로 승부가 끝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규정을 협상하는 자리에서 이상하게도 상대편 선수인 카라스키야가 이색적인 제안을 해 옵니다.

다운을 무제한 허용합시다!”(카라스키야)

그는 홍수환 선수에게 이런 주장을 연거푸 반복합니다. 홍수환 선수는 걱정이 앞서 말합니다.

당신이 아무리 111111KO의 강철주먹을 가졌어도 난 당신보다 먼저 세계챔피언을 먹어 본 선배인데, 그래도 정말 괜찮겠냐?”

그 말에 흥분한 카라스키야는 홍수환의 당부를 단칼로 자릅니다.

얼마든지 무제한으로 해도 좋다.”

그래서 경기 규정을 바뀌었고 한 회전에 다운을 몇 번 당해도 선수가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면 심판은 경기를 끝내지 않기로 합니다.

드디어 경기는 시작됐고, 1회전은 서로 탐색전으로 끝을 냈습니다. 그런데 2회전에 들어서자 홍수환 선수는 연거푸 다운을 당합니다. 1, 2, 카라스키야의 강펀치를 맞고 풀썩풀썩 주저앉게 되는 홍수환 선수! 당시 라디오를 통해 현장 생중계를 듣던 국민들은 가슴만 조아려야 했습니다. 중계를 맡은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갔습니다.

, 또 다운되는군요. 홍수환 선수, 갈수록 역부족입니다!”

홍수환 선수에게서 점점 패색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회전에 4번의 다운을 당한 홍수환 선수는 심판에게 글로브를 모은 자세로 계속 싸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드디어 3회전이 시작되었고 순식간에 상황은 돌변했습니다. 홍수환 선수는 17세의 강철주먹 카라스키야를 링 중앙에서 10시 방향의 구석으로 저돌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낙차 큰 위빙으로 카라스키야의 공격을 요리 조리 피하면서도 저돌적인 스텝으로 전진하던 홍수환은 빠른 연타 잽으로 사정거리를 확보하며 양 훅으로 카라스키야의 안면과 복부에 핵주먹을 꼽기 시작합니다

코너로 몰리던 카라스키야는 급기야 홍수환의 강한 왼손 핵펀치를 복부에 맞고 3단 로프에 상체를 내 맡긴 채 휘청거리다 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 버립니다. 완전히 젖은 낙엽처럼. 심판의 카운터가 7번째로 접어들자 홍수환 선수는 KO승을 직감하고 링 위에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합니다. 111111KO 승이라는 강철주먹 카라스키야를 전광석화처럼 몰아 부친 홍수환은 2회에 4번이나 다운되면서도 3회전에 극적인 KO승을 거둬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홍수환 선수가 4번이나 다운을 당한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투지, 투혼, 정신력 같은 것이었을까요?

홍수환 선수는 2012년도에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합에서 어떻게 4번씩이나 다운을 뺏기면서도 그렇게 오뚜기처럼 일어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이렇게 회상합니다.

그때 시합을 준비하면서 특히 하체강화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여느 시합보다 더 집중 했지요. 한쪽 다리로만 앉았다 일어나기를 수십 번 할 정도였으니까요.”

홍수환 선수는 상대방의 훈련량을 예상하였고 그 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면 자신이 그 보다 조금 더 앞 설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의 성공비결은 남들이 노력하는 것 보다 조금 더 많이 노력하는 것이었습니다. 홍수환의 적은 카라스키야가 아니라 매번 매순간의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78기의 공자>

실패와 성공담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자성어 중에는 ‘78(七顚八起)’란 말이 있습니다.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 선다는 말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합니다. 실패의 횟수와는 상관없으니 그 실패가 100번이 될 수도 있습니다. 100번 꺾여도 굴하지 않는다는 뜻의 백절불굴(百折不屈) 또는 백절불요(百折不搖)가 그렇습니다. 한편 어떤 위력이나 무력에도 굴하지 않는 다는 뜻의 위무불굴(威武不屈),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휘지도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의 불요불굴(不撓不屈), 그 어떤 역경도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견인불발 (堅忍不拔)의 의미도 78기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78기는 <성경>에도 언급됩니다. 잠언 2416절에는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 나려니와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동양의 옛 선인들 가운데는 학문에 뜻을 두어 78기의 정신을 잘 구현하며 일세를 풍미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공자(孔子)입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학문에 뜻을 두어 성공한 위인들 중 동양 최고의 성인으로 불리는 공자! 그의 본명은 공구입니다. 태어났을 때 보니 머리가 움푹 들어간 짱구여서 그의 어머니 안징재가 이름을 ()’라고 지었답니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홀은 요즘 말로 읍장 정도를 지내던 무관이었는데, 전쟁에서 공을 세워 나이 7016세의 여성 안징재를 포상으로 얻게 된 후 합궁하여 어린 공자가 탄생한 것입니다. 사마천이 '공자의 키는 96(188센티)이나 되는 장인(長人)'이라고 기록한 걸 보면 공자는 분명 아버지의 유전자를 타고났을 것입니다(<사기(史 記)><공자세가(孔子世家)> ).

실패와 성공의 담론에서 우리가 공자를 살펴보는 이유는 그가 역경을 딛고 학문의 길에 정진하여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공자는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3살에 아버지를 여의어 끼니마저 걱정해야 했던 공자는 유년시절부터 요즘 말로 불우한 결핍 가정의 아동으로 자랍니다.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 생계를 위해 해야만 하는 처지였습니다. 이런 공자에 대하여 <논어>어려서 가난해서 많은 기예를 익히지 않을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예란 요즘 말로 기술을 말하는 것으로 공자가 "택시기사나 공장기술자로 일하면서 돈을 벌어 공부를 했던 모양" (이권우 한양대 특임교수)이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자는 17세에 어머니를 여의고 고아가 되어 청년시절 내내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해가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면서도 공자가 참으로 가상한 아이였다는 것은 남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데 있습니다. 공자는 나이 10대 때부터 공부만이 살 길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공부를 해서 무엇을 어떻게 이룩하겠다는 생각조차 못할 나이, 오늘로 보면 중고등학생으로  놀꺼리나 즐길꺼리에 빠져 웹툰이나 컴퓨터 게임에 심취할 법 한데 공자는 달랐습니다.

어린 공자는 주경야독을 하면서 학문에 정진합니다 

<논어>는 공자가 ‘15세에 지학(志學)’ 학문에 뜻을 두고 향학열을 불태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15세 때부터 시작한 공부는 30세까지 꼬박 15년 동안이나 이어집니다. 오늘날 하루 3시간 씩 10= 1만 시간을 노력하면 성공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는 ‘1만 시간의 법칙’(말콤 그래드웰)보다 무려 서너배가 더 많습니다. 공자는 그렇게 무려 15년이나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 학문에 정진했던 것입니다. 

공자는 학문의 깨달음을 현실에서 구현갑니다. 가난해서 책이 없었던 공자는 생계를 꾸려 가면서 공부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가난해서 스승조차 없었지요. 그래서 공자는 세상 사람들과 부딪치며 학문의 깨달음을 현실에서 구해야 했던 것입니다.

공자는 드디어 ‘30세에 이립(而立)’ 스스로 서는 존재가 됩니다.

공부를 해서 스스로 설 수 있었으므로 남을 가르칠 능력도 됐을 겁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공자는 제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몰려든 제자들은 무려 3천 명! 그 후 그들의 입에서 입으로 공자의 지혜와 명성은 천하를 바람처럼 주유하게 됩니다.

우리가 오늘날에도 공자의 인생 역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불혹의 나이라는 표현을 쓸 때가 아닐까싶습니다. <논어>의 기록에 공자는 ‘40에서 불혹(不惑)’ 세상의 모든 유혹과 의심을 떨치게됩니다. 공자는 나이 ‘50세에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알게됩니다. ‘나이 60세에는 이순(耳順)’ 귀가 순해져서 어떠한 말을 들어도 성을 버럭 내거나 화를 만들지 않게됩니다.

공자는 나이 70에 이르자 불유구(不踰矩)’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데 이는 늘 종심소욕(從心所欲)하여 마음 내키는 대로 함부로 행동하고 말을 지껄여도 세상의 이치와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되는 대자유의 경지를 말합니다.

공자는 자신의 열악한 가정 환경에 종속되지 않았습니다. 계급과 가문에 영향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그것을 뛰어 넘어 오로지 책을 읽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뜻을 두는데 두려움을 갖지 않았습니다.

15년 간의 공부, 그리고 평생에 걸친 가르침, 깨달음, 그런 공자가 가장 존경했던 사람은 노자였답니다. 

<19992000기의 에디슨>

19세기 미국에서는 19992000(1999번의 실패 후 2000번째 성공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입니다. 그는 전구를 발명할 때까지 정확히 2천 번의 실패가 어떻게 예정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실패를 반복하다가 결국 어느 순간 성공에 이르게 됐다고 하는 그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독특한 생각을 피력합니다.

나는 실패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난 그저 전구가 빛을 내지 않는 2천 번의 오류를 발견했을 뿐입니다.”

에디슨은 실패를 실패로만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발견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실패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성공에 이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얼마나 더 새로운 발견(실패와 오류)을 지속해야 성공에 이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생각이 남다르지요?

그래서 에디슨에게 실패는 힘든 과정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52165217기의 다이슨>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실패를 딛고 성공을 쟁취한 사례는 52165217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이 1993년에 설립한 다이슨사는 15년만의 노력 끝에 5216번째까지 실패해 온 진공청소기시제품 개발을 5217번째에 성공하게 됩니다.

공자가 학문에 뜻을 둔 후 스스로 설 수 있게 된 15년 만의 개발! 그 기간 동안 회사는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결국 마지막이라 생각했을 때 성공을 이루게 된 것이죠.

창립자인 다이슨 회장은 1979년 경 집에서 먼지 청소를 하다가 청소기가 자꾸 막히면서 흡입력이 저하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그 이유는 먼지봉투가 막혀서 그렇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당시를 기준으로 근 100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돼 온 진공청소기는 빨아들인 먼지를 먼지 봉투로 걸러내어 통째로 교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이슨은 이 방식에 의문을 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다이슨에게 그 분이(영감!) 오십니다. 목재소에 갔다가 원심분리기를 통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공기로 톱밥을 완벽하게 걸러내는 광경을 목격한 다이슨! 그 광경을 본 다이슨은 먼지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진공청소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다이슨 역시 에디슨과 마찬가지로 실패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습니다.

“5216번 실패했을 때 그만두고 싶지 않았습니까?”라고 기자가 물었습니다.

그는 전 결 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매번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웠고, 그것이 제가 해법을 찾는 방법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디슨은 실패를 새로운 발견이라고 생각했고, 다이슨은 실패를 해법을 찾는 방법이라 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다이슨의 이와 같은 생각은 향후 선풍기의 혁명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왜 선풍기는 꼭 날개를 써야 하지? 날개 때문에 바람이 중간중간 끊기고 날개를 청소하기도 어렵잖아. 더구나 아이들은 늘 손가락을 넣고 싶어 해서 위험하다고!”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를 떠올리자마자, 그 해법을 찾는 방법으로 실험에 몰두합니다. 이런 그의 태도는 결국 날개 없는 선풍기의 개발로 이어지고 그 성공은 지난 2009년 타임(Time)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의 영예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얼마나 실패해야 성공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홍수환, 공자, 에디슨, 다이슨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다분히 개별 사례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노력과 실패와 극복의 과정과 떨어져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도 성공을 꿈꾸고 있다면, ‘성공을 위해 무한정 실패를 거듭할 수만은 없는 처지임은 서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생각, 나만의 성공비결을 발견하고 정립해 두기 위해서라도, 남들의 성공사례에 의지하는 경험적 학습 태도나 생각의 방식을 넘어서서 우리가 일상에서부터 배울 수 있는 성공에 관한 어떤 원리나 법칙을 발견하는 눈을 기를 필요 또한 갖게 됩니다.

자, 과연 우리의 일상에 숨은 성공법칙들이란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