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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출간도서_바보들은 성공 직전에 멈춘다_04_성공을 가로 막는 사회 시스템

형수오빠 2024. 10. 10. 03:43

4. 성공을 가로 막는 사회 시스템

 

실패에 굴하지 않고 피땀 흘리며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 자신을 나무라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성공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린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봐야 정상이겠지요.

 “혹시 ‘일정 부류’만 성공을 거머쥐게 되어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 존재는 건 아닐까?”

“제 아무리 변화를 부르짖고 실천해도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어떤 법칙’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국가대표는 금메달을 따야한다>

태릉선수촌에서는 수백 명의 선수들이 하루에 15시간 씩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합니다. 그래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사람은 예상치를 감안하더라도 10명 내외에 불과합니다. 우선 올림픽의 승패 구조 때문일 것입니다. 금, 은, 동메달 순으로 입상을 선정하니까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금메달리스트만을 ‘인생의 성공자’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입니다.

방송, 언론, 출판이 가장 먼저 금메달리스트와 은-동메달리스트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든 기회는 평등할 수 있다는 원칙은 ‘상업미디어’에서는 ‘금기’입니다. 패자들과 공감하고 그들의 숨은 노력을 위로하며 TV를 보며 열광했던 국민들의 순수한 마음마저도 미디어는 잔인하게 편집해 버립니다. 편집 당한 국민들의 마음, 그건 곧 칼질 당한 선수들의 마음일 뿐입니다.

각 스포츠 종목별 협회나 위원회는 금메달리스트에게 가장 큰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선수를 배출한 학교의 장학 지원금도 터무니 없이 큰 액수로 차별화 됩니다. 국민들은 서서히 금메달리스트만 기억하 고 2위와 3위 또는 그 이하의 선수들의 땀과 노고를 망각해 갑니다. 순위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어느 순간 모두 패자로 간주 됩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4년의 청춘을 내다 바치면서 준비했지만, 금메달의 성공은 조국의 몫이고 2위와 3위는 물론 나머지 선수들의 패배는 선수 개인의 몫이 됩니다.

이때부터 다시 실패를 딛고 성공에 이르는 길은 수많은 운동 선수들에게는 머나먼 지옥 여정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작가는 베스트셀러를 내야한다>

수 천 명의 작가들이 매번 책을 출간하지만, 창작자로서 성공했다고 하는 작가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드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작가들은 보통 책 한 권 당 정가의 10% 정도를 인세로 받게 되는데, 서점의 베스트셀러 랭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야 서점 평대 진열이나 온라인 화면에서 독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등 각종 행사 프로모션 지원도 받아 책 판매고를 올릴 수 있습니다.

국내 주요 오프라인 서점(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에서 종합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 그 여파는 전국의 소매서점(지방 소도시 동네서점)으로 급속도로 확산됩니다. 좋은 책과 인기 있는 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지역 동네 소매서점은 그런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어떤 책이 잘 나가겠구나.’ 생각해서 서적도매상에 책을 주문하고 진열해 놓습니다. 서점을 찾아 온 독자들은 그렇게 잘 진열된 책들 가운데서 자신이 볼만한 게 있거나 선물할 책이 있으면 구입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독자들이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는 서점의 서가 진열장에 눈을 돌리기 어려운 측면은 바로 이런 시스템 때문입니다.

이 시스템은 도서 판매의 양극화를 가속화 합니다. 일부 출판사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문이나 잡지 또는 인터넷 사이트의 배너 광고비를 쓰는 대신 그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자사의 도서를 베스트셀러 랭킹에 올려놓고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큰 불공정 거래행위의 표본입니다. 도서의 판매를 신장시키기 위해서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이죠.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열심히 사재기 해서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으면, 독자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그 책을 보고 일종의 권위를 얻게 되고 그래서 믿고 신뢰하며 지갑을 열어 그 책을 구매하게 되는 불공정이 이뤄집니다.

출판시장은 이런 조작된 시스템에 의해 골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런 사재기 시스템은 다른 수많은 작가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책을 쓰고 발표해도 서점에서의 판매 경쟁에서 밀려 나는 형국이 비일비재합니다. 평생을 무명작가로 살다가 떠나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책을 내도 잘 안 팔리는 작가로 평가되어 출판사에서 외면을 당하다 보면, 대다수의 작가들은 평생 동안 작가로서 ‘성공’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1%만 성공하는 시스템>

대다수 서민에게 있어 성공이란 더욱 더 먼 일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듯 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는 시스템 아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건설현장에서, 식당에서, 택시나 트럭이나 버스 운전석에서, 사업장에서, 교단과 강단에서 하루하루 실패를 딛고 일어서며 열심히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의 실상은 처절하리 만큼 위태로울 뿐입니다.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시대 이후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지배해 온 미국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은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그로 인해 국민들은 늘 고용불안과 생계불안과 심리 불안의 3중고에 시달리며 살아 왔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똑같은 시간 동안 같은 노동을 해도 받는 급여가 다르게 책정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대학은 서열화 정책에 의해 순위가 매겨지고 그로 인해 중등 교육은 경쟁 사회의 깔대기 구조에 편입되는 시스템으로 전락합니다. 오래도록 사회 경제적 부의 재분배가 양극화되는 시스템 아래에서 우리 사회는 미국 중심의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안착을 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권력자들과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관료들은 무능하고 부패하여 대다수의 국민들은 양극화 시스템 하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은 가계부채 1천조에 깔려 살고, 일부는 또 하우스푸어(깡통 집 소유자)가 되어 도박판의 루저 신세로 살고, 매 년 수십 만 명씩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살고, 노인들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최고인 환경에서 살고, 기혼 부부는 OECD 국가 중 이혼율 최고의 나라에서 살고, 신혼부부는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저 환경에서 살며, 급기야 청년들은 88만 원 세대와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로 전락합니다. 청소년들은 입시지옥에서 살고, 유년기의 아이들은 부모의 생계형 이혼과 가정파탄으로 인해 언제라도 불안한 양육 환경으로 내 몰릴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의 거의 모든 계층이 불행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면 그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에게 과연 어떠한 성공관이 필요할까요?

차라리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어느 교회의 목사들처럼 ‘너희가 주님의 뜻대로 살라, 그러면 모든 것을 주께서 다 이뤄주시리라.’라고 믿으면서, 그나마 성공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게 옳은 것일까요.

‘긍정하라. 그리고 변화하라!.’를 목놓아 외치는 성공 전도사들의 말처럼 현실에 순응하고 끝없이 개인적인 반성만 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자영업자 2명 중 1명이 연소득 1천만 원도 못 버는 시대(* 이 원고 작성 시기의 2012년 11월 5일자 자료 기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베이비붐 세대처럼 은퇴를 하게 된다면, 또 얼마나 더 큰 실패를 반복해야 성공의 그림자라도 한 번 밟아 볼 수 있을까요. 이쯤 되면 우리는 또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실패해야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