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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실까요?

형수오빠 2016. 5. 12. 19:34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실까요?

 

 

김형수

중소기업정책자금지원센터

 

 

은퇴 후 불안감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은퇴 이전의 삶만큼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대한민국 남자는 79세,여성은 85세가 평균수명이다. 100세까지 산다는 것을 예상하고 민영보험사들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 약 25년간 경제생활을 하다가 정년 55세에 은퇴를 하게 되면, 남녀 평균수명 82세까지만 생을 살아도 27년이란 기간을 소득없는 비경제활동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조기은퇴가 만연된 시대이니, 갈수록 은퇴 이후의 삶에서 요구되는 생활비 부담은 더욱 커질 예상이다.  


 

 


생존의 문제로 보더라도 은퇴 후 생존권 자체가 불안이다. 은퇴 후 27년의 생활비를 누군가의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있을까? 은퇴 후 20년만 산다해도, 현재 물가를 기준으로, 1인당 한 달 생활비 100만원을 사용한다 가정하면, 곱하기 240개월(20년) 생활비만 꼬박 2억 4천만원이 든다. 배우자가 함께할 경우, 부부가 함께 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쓰게 된다면, 4억 8천만원의 현금유동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는 매우 단순한 산식이다. 

 

물론, "나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 수 있어!"라고 의지가 만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층 3분의 1이 매일 폐지를 주워 팔며 먹고 산다는 사실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그나마 보통을 넘어서서 평균의 부류에서 생활을 유지하고 생을 마감한다고 하더라도, 아래의 한 조사가 보여주는 통계는 참담하고 심히 우려스럽다.

 

한 금융회사 연구소가 지난 2012년 55세 이상 퇴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퇴직자 생활실태] 조사를 한 바 있다. 답을 한 500명 중 6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충분한 준비없이 퇴직해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은퇴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59%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녀 교육비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한국 사회는 201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었다. 1950년대 중반, 한국전쟁 후 정부는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다. '아이낳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던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베이비 붐 세대'다. 그런데 이 세대가 대거 은퇴할 나이가 되었고, 이미 은퇴를 시작했다. 그 수만 약 800만명에 이른다. 지난 70~80년대 경제발전의 중추 부대가 된 이 세대의 은퇴는 저출산 기조와 함께 우리 사회를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린 두터운 노인층 사회가 되어 간다.  

 

이들의 은퇴자금이라 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국민연금. 800만명의 연금을 충당하기 위한 후세대의 연금 부담은 점점 커진다. 저출산 때문에 미래의 연금재원 확보는 비상이 걸린지 오래다. 따라서 은퇴를 시작했거나 준비중인 세대는 사적연금으로 부족한 은퇴 후 자금을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선 통계를 볼 때, 10명 중 4명만 사적연금이나 다른 방식의 은퇴자금 마련에 성공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6명은 은퇴준비를 했다가도 중단했거나 애초부터 은퇴자금을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 생애 주기마다 생겨나는 지출이벤트 때문이다. 


10명 중 6명의 노인이 자녀의 학자금, 유학비, 결혼자금, 취업준비금, 용돈 등으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 주택이라도 한 채 있으면 달라졌을까? 자녀들을 위한 지출이벤트로 인해 금융기관에 담보 대출을 받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이들을 모두 출가시켜 보내면, 부부에게 남는 건 고작 몇 푼 안되는 파편적 자산뿐인 것이다. 

 

10명 중 6명은 앞으로의 20년에서 30년 사이의 삶을 어떻게 살아할 것인가?

 

당연히 생활의 전선으로 다시 뛰어 들어야 한다. 언젠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60세 이상의 실버사원을 채용한 바 있다. 4일 동안 2만 7천 여명이 몰려 11대 1의 경쟁율을 기록했다. 참 놀라운 결과였는데, 은퇴 후에도 생업현장으로 내몰려 일해야 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이다.

 

안타까운 점은 여전히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노인자살률이 1위라는 점이다. 생의 사각지대로 점점 밀려나는 노인층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서구 유럽 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된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노년층이 있다. 그에 대해 오팔족(OPAL:Old People with Active Life)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대안이 묘연하다. 21세기 현대의학 시대에 나이 60세면 거의 청춘에 가깝다.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이제 고작 반환점을 돌아 새로운 인생을 질주할 나이다. 고령화의 가속, 저출산의 가속, 저금리의 가속인 3가속 시대의 한 중심에선 베이비붐 세대, 그리고 그 이후 연이은 68세대까지, 앞으로 만 5년이면 은퇴의 줄기는 더욱 커진다. 그런데 이 은퇴행렬을 위한 사회복지 시스템은 열악하고 전무하다시피 하다. 은퇴 후 노년층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문제는 더욱 요원하며, 그들의 연금을 뒷받침해 줄 청년세대 역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누가 보더라도 헬지옥은 청년 세대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엄밀히 전 세대에 걸쳐 드러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위의 문제들이 남의 일처럼 보일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의 회사가 큰 문제만 없다면, 사업을 하며 오래도록 생계를 해결하고, 자녀들을 키워 사회로 내보내며, 나름 빈곤하지 않은 노후자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영속성은 이미 신화가 된 지 오래다. 10년을 유지하는 중소기업은 50%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10년에서 15년 사이에, 3년 주기 경영 위기설에 휘말리고 있다. 10년 간 회사가 이익을 내면서 잘 성장을 해왔어도, 15년 차가 되는 향후 5년 사이에, 그간의 10년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을 대표들은 대부분 '설마 우리까지 그렇게 어려워질까?'라고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두 눈을 부릅뜨고 봐야할 게 있다. 회사는 성장하고 있는가? 이익을 내고 있는가? 언제든, 부채를 갚고 나면 남는 자산이 있는가?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대표로서 개인 재산은 얼마나 모아 두고 있는가?'이다. '혹여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그 재산으로 가족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만큼 준비됐는가?'. 아마 한 숨이 절로 나올 것이다.   





10년 동안 중소기업을 경영해 온 대표라면, 10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다. 창업초기 회사가 어려울 땐 무월급으로 일하기도 했고, 회사가 어려울 땐 가족과 친척에게 돈을 빌려 회사 통장에 넣기도 하고, 심지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회사의 자금을 융통하기도 했다. 잘 키워 놓은 직원이 배신을 하고 회사를 떠나기도 하고, 각종 기술노하우와 준특허기술까지 납품업체에 빼앗겨 본 기억도 있다. 


그 10년, 대표에게 남은 재산은 얼마나 있을까? 120개월의 시간. 법인 10기를 기준으로, 회사의 재무상태롤 보았을 때, 적어도 이익잉여금이 자본금의 10배 정도가 쌓여 있다면 그 이익금을 대표의 개인재산으로 일부 귀속시켜 볼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을 넘게 회사를 경영해 왔어도 회사를 탈탈 털어 남는 경영을 하기란 쉽지 않고, 재무제표 상으로 이익잉여금이 많이 계상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회사 통장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120개월, 10년이란 세월 동안 대표는 법인에게 급여만 받아오면서 그걸 생활비로 충당하고, 실제로 남은 재산은 별로 없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우리에게 10년의 시간이 무미건조하게 흘러갔다면, 가장 먼저 돌이켜 볼 것은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재산은 그게 현금이든 부동산이든, 시간을 먹고 성장하는 생물성이다. 꾸준히 매월, 매분기, 매년, 저축하고 투자해 놓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느 순간 대박을 터트려 회사에 큰 돈이 생기는 일은 로또만큼이나 어렵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결코 시간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 시간의 속도 위에 올라탈 줄 알아야 달리는 말 위에서도 활을 쏘아 과녁을 맞출 수 있다. 본질은 대표 스스로 은퇴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있다. 



개인회사라면, 본인이 스스로 저축과 투자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 건 당연한 전제가 된다. 만일 법인회사라면, 법인이 대표이사의 은퇴준비를 실행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법인은 '자연인'이 아니라 '법인격체'이므로, 결국 법인의 실행의무는 대표이사가 행동으로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고로 법인이 가진 법적 요건에 맞게, 대표이사의 은퇴자금마련을 위한 재무플랜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 혹여, 향후 어느 시점에 법인이 폐업을 하게 되더라도, 대표의 은퇴자금만은 채권자들이 못건드리게 세법에 맞는 보호장치도 해 두어야 한다. 이 또한 전문가의 컨설팅이 필수적인데, 그 이유는 절세와 밀접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나 중소기업 대표들이나 모두에게 '시간'의 의미는 공히 소중하다. 우린 시간 속에서 늙고, 결국 은퇴란 새로운 패러다임 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의 세포는 점점 죽어가고 있고 새로운 새포의 생성능력은 점점 저하되고 있다. 우리의 몸도 근육 속에 탄수화물을 저장해 두고 있고 충분한 수분도 비축해 두고 있다. 이처럼 우린 생의 지속성을 위한 시간 경영에 나서야 한다. 시간을 어떻게 경영하는 가는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가에 대한 준비이고 숙제다. 적어도, 내 인체의 유전자들이 알아서 나의 육체를 보호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듯이, 내 자신의 미래를 위해 보다 이른 시간부터 현재의 지출을 조금씩 떼어 두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떼어 두고 저축하고 투자를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학자금과 결혼자금 등으로 은퇴준비금을 몽땅 소진해 버린 베이비붐 초기 세대들의 한탄은 지속된다. 


여기서 우린 시간경영이란 자신과 배우자 뿐만 아니라 앞으로 커나아갈 자녀까지 모함한 경영임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가장은 그냥 가장이 아니고, 그의 시간은 그저 개인의 시간이 아닌 이유이다. 직장인이든, 사업가이든, 은퇴의 준비는 개인의 준비임과 동시에 가족을 위한 준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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