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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 출판 영업자의 미래는 있는가

형수오빠 2006. 11. 20. 22:09

한국 출판 영업자의 미래는 있는가

 

 

글쓴이 김형수(작가/법인전문 자산관리사)

 

 

 

 

출판 영업자들의 한 숨이 늘어 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출판유통계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여기 저기서 눈에 띠게 변화하는 현실을 목도하는 우리의 영업인들은 왜 한 숨만 쉬며 나날을 보내야만 하는가? 쿠바혁명을 이끌었던 체 게바라가 남긴 말인 '현실을 직시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의 꿈을 갖자'는 테제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 우리의 출판영업자들이 직시하고 헤쳐나가야 할 현실은 그럼 과연 어떤가.

출판유통구조의 변화 양상

1.한국전쟁 이후부터 80년대까지의 유통 상황

한국의 근대 출판이 본격화된 시작된 60년 대부터 격동의 80년대까지, 우리의 출판유통 구조는 쓰리-라인의 구조를 가져왔다. 쓰리-라인이란 '출판사 - 서점 - 독자'라는 고전적 판매경로인데, 여기서 서점은 크게 오프라인 대형, 지역 중소서점, 도매상을 일컫는다.

60년대와 70년대의 근대화 성장을 통해 '국민독서'의 시장은 넓어져 갔고, 오프라인 서점의 고객들은 점차 성장하여 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의 소매서점은 나름대로 매출고를 올려갔다. 출판사 역시 근대화와 민주화의 이중적 지성사의 수혜를 받아 안으며 출간하는 도서마다 적잖은 이윤을 남겨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80년대를 넘기며 나타나는 새로운 기운에 의해 발생한다.

2. 마트와 편의점의 등장, 그리고 인터넷 발달

이미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마트가 기존의 서적 공급 판매의 '쓰리-라인' 구조를 혁파하며 대대적인 상품 유통의 지형변동을 가져왔고 그 중 하나인 '서적상품' 유통 역시 그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국에 이마트가 등장하고부터 기존의 '서점-고객'과의 판매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소비형태의 창출이 낳은 '인터넷 구매'는 마트가 오프라인 판매구조에 균열을 일으켰다면, 융단 폭격을 전국 지방 곳곳에 행사하여 '서점-고객'의 판매 구조를 '인터넷-고객', '마트-고객'의 판매구조로 다변화 시켰다.

마트 판매의 구조발달에 대해 착안한 기업 자본은 전국적으로 중소형 편의점 프랜차이즈로 흘러들어가면서, 기존 판매구조의 변화를 더욱 속속들이 가속화 시켰다. 이에 '편의점-고객'이라는 서적판매라인이 새로 창출 되었다.

마트와 인터넷 편의점, 이 양상들은 이미 미국에서는 약국에서도 책이 유통되는 현실을 참작하거나 또는 '약품' 역시 마트의 판매 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것으로 볼 때, 한국의 고전적인 쓰리라인 출판유통 구조를 분산시키고, 다변화시켰던 장본인이다.

3. 도매상과 대형서점 자본의 대응은 어땠는가.

우선 대형도매상은 마트와 편의점 및 인터넷으로 빼앗기는 기존 고객의 유출 및 그로 인한 매출 격감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스스로 자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온 몸으로 껴안은 채, 90년 대에 대형도매상은 보문당의 부도로 이미 한국의 출판 유통 구조의 문제점은 서서히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때의 송인서적의 부도 역시, 밑에서부터 드러나는 유통의 지각변동이 얼마나 향후에 커다란 칼날로 솟아 오를지를 보여준 중대한 사례였다.

북센이 한 때 마트와 편의점에 손을 대었다가 때었다가 다시 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형도매상의 잃어가는 시장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나름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출판유통의 변화에서 스스로 새로운 '도매상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전략을 보이진 못했다. 따라서 이제는 북센의 대형자본이 본격으로 '출판사업'으로 이동하게 되는 데, 이는 현재 **사 등으로 그 성과를 자자하게 보여가는 중이다.

북플러스 동국의 대응은 유독 돋보이는 전략적 승부였다. 북센이 기획전략에 목말라할 때, 동국은 상호를 북플러스 동국으로 바꾸고, 곧바로 인터넷과 마트에 정면승부를 거는 전략을 폈다. 그래서 기존의 고객인 전국 지역 서점 및 도매상뿐만 아니라 '리브로의 인터넷 서점 도서 공급권'을 갖게 됐고, 편의점 납품 및 마트 시장에도 자신들의 공급영역을 넓혀 갔다. 이로써 동국이 북플러스란 새 얼굴로 자신들의 위기를 적절히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인서적의 경우는 일원화란 전략을 중심으로 '출판사와의 상생전략'을 보다 '긴밀'하게 펼쳐 갔다. 북센이 일원화에 실패아닌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기에 송인서적은 나름대로 오랜 시기 도안의 경륜을 바탕삼아, 출판사의 일원화 공급 전략을 확대하고 공고히 하여 상생 및 안정된 거래처 관리를 통한 위기극복 전략을 펴나갔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서점 자본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전략을 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트의 장점, 편의점의 실속, 인터넷 서점판매에 대한 벤치 마킹을 통한 온라인 사이트의 개설, 이 세 가지 장점을 활용한 전략적 대응이 바로 '전국적인 지역 서점 건설'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는 한편, 전국적인 지점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전략뿐만 아니라 '지역서점 활용을 통한 도서자본의 부동산 투기와 연계하여' 그 나름의 자본증식을 목적으로 하였다.

서울의 대형서점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지방 대형서점들은 자신들도 생존의 길을 모색하면서 서서히 지역구를 넓혀갔다. 대전의 대훈서점이 5개 이상, 부천의 경인문고가 4개의 지점을 치고 나가면서 철저히 자기들의 고객 경쟁이 고삐를 당겨간 것이다.

4. 도매상과 대형서점의 '대응'으로 '숨이 끊어져 가는 지역 소매점'

사실, 대형 도매상들이 마트와 편의점 납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솔직히 말해 자신들의 고객이었던 동네 서점'들을 배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도매상들도 살아야 했고, 그로 인해 동네 서점들은 또 한번의 배반을 당하면서도 아무 말 못하고 도매상들에게 책을 받아야 하는 상화을 견뎌갔다.

하지만 대형서점자본은 어떠했는가. 이들은 전국의 중소도시 중 인구 및 연령층까지 분석하면서 지점을 확대해갔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지역민을 위해 책을 팔던 '동네 중소형 서점'들은 대형자본에 눌려 고객을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서점 폐업은 줄줄이 늘어나고 있고, 이는 한 때 한국의 근대화 시절에 대기업의 '문어발식 독점구조' 양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5. 유통현실 변화에 대한 출판사의 대응

유통이 다변화되고, 마치 굵직한 혈관들이 여러 개 생겨나다 보니 '출판사의 영업전략' 및 '기획전략'이 변화를 요구받게 되었다.

먼저, 출판사 영업전략은 기본의 쓰리라인(출판사-오프라인서점-고객)의 변화 가속도를 과감히 인정하고 새로운 도서판매 시장 개척에 나섰다. 마트, 편의점, 인터넷, 대형서점이라는 4대 판매시장을 중점관리 하기 시작했고, 나아가 홈 쇼핑에 까지 시장개척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이고 유연한 모든 출판사들이 다 할 수 있었겠는가. '영업자'에서 '마케터'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유통현실의 변화 속에서 '이제는 마케팅'이 가능하기 위해서 '출판자본' 역시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자본이 튼튼한 출판사들은 점점 변화된 유통구조를 장악해 갔지만 자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자본력은 있어도 경영마인드가 따라가지 못했던 출판사들은 아직도 기존의 '영업자-영업' 방식을 고수한 채 '현실만 한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유통의 변화는 고객의 구매성향을 변화시킨다.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책을 검토하고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며, 온라인에서 즉석 정보를 통하거나 이벤트, 쿠폰, 경품 등의 행사에 이끌려 도서를 구매하는 성향을 갖게 되었다. 책은 하나의 독립된 완벽한 상품이라는 의미에서 '단행본'이 된 것이다.

한편 수요의 새로운 시장변화는 공급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요구하는 데, 이는 '유통변화'에 따라서 '기획의 변화'를 동반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가장 교과서적인 것이 '홈쇼핑용 전집 기획'일 것이다. 자음과 모음의 홈쇼핑용 전집 시리즈는 바로 이런한 전형을 보여준다. 한편, 단행본 출판사 역시 '편의점과 마트'를 애용하는 고객들이 선호하거나 벤더들의 판매의지가 반영된 '도서를 기획'하여 대대적인 '실용상품도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출판시장이 대략 2조 4천억 규모에서 +-라고 할 때, 그 중 학습지 시장을 뺀 나머지 시장의 1조 5천억 규모의 시장을 나눠 먹고 있는 출판사들을 분석해 보면 대체로 이렇다. 미국식 매출 구조를 통해 보면, 신간종수 연간 1천 종 이상인 출판사, 500백 종 이하~400종, 300종, 200종, 100종, .....연간 10종 이상 출간하는 출판사 = 총 1000여 개의 출판사가 출판시장의 1조 5천억 규모의 자본을 나눠 먹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석 시스템을 가지고 사업모델화 해 간 출판사가 바로 '랜덤하우스 중앙'일 것이다. 이들의 매출목표 1천 억은 사실, 미국식 매출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미국식이란 '출간종수'에 따라 '매출'이 정해진다는 법칙으로, 1만원짜리 초판 3천부 = 3천만원*100종이면, 300억의 명목매출이 달성되는 것이고, 여기서 수금율 50%이면 150억의 실질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1만원짜리 3천부를 100종 내지 않고 40종만 내어도, 나머지 60종의 매출분을 4종의 히트작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베스트셀러이다. 따라서 40종만 내고 나머지 60종 낼 돈으로 4종의 전략상품을 기획해 융단폭격을 행사함으로써 종합베스트셀러를 만들면 '매출 목표 150억'은 수치상 쉽게 달성가능한 것이다. 랜덤하우스 중앙이 1천억의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매출전략을 짜면 된다. 연간 1만원 짜리 도서 초판 3천부=3천만원*350종을 내면, 명목매출은 1000억천 대에 달하고 현금회전율 50%가 가능하다면, 실질매출 500억이 가능하며, 직접비와 간접비의 비율을 빼고 실질매출 당 연 10%의 순이익을 낸다면 연간 50억 씩 순이익 자본을 증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랜덤의 위와 같은 대응방식은 다른 출판사들과는 좀 다른 성장방식이다. 하지만, 그들의 매출 상승세가 보여주는 건, '대자본만 있다면 빨리 종수를 채울 수 있고 베스트셀러 전략이 가미된다면 쉽게 출판자본이 증식될 수 있다는 전형'을 보여준다.

좀 더 살펴 보면, 영업자가 아닌 마케터를 양성하는 중견출판사들은 '온라인 판매 및 이벤트 행사를 통한 독점 노출-판매 증대 전략'에 치중하고 있으며, 대형서점의 지점까지도 중점관리하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재기를 통해 여기에 시너를 지피는 출판사들은 빼고(말할 가치가 없다), 우선 마케팅을 행사하는 출판사 마케터들의 온라인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고 졸렬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중소출판사의 영업인이나 마케터들은 스스로 설 자리를 빼앗겨 가는 현실이다.

6. 영업자,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자신의 미래를 가져가야 할 것인가

이미 살펴 본 것처럼, 이제는 영업, 영업자, 출판영업이라는 마인드로는 향후 20년 동안 먹고 살길이 막막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애초에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1). 현실 인식 - 이미 살펴 보았다. 2). 영업자가 아닌 마케터로서의 마인드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마인드 강화의 측면에서 보면, 우선 변화된 출판유통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자.
그리고 기존의 영업관점, 영업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보자.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한국과 유통구조가 다른 점 중 '영업자'에게 도움 될만한 게 있다면
'서점판매의 구매 독자 성향, 연령의 정보가' 정확히 '서점을 방문하는 영업자'에게 제공된다는 면이다. 한국에서도 교보의 인터넷 고객성향 분석 서비스같은 게 실시되고 있는데, 사실 대형도매서점들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경우 '영업자는 정확한 판매데이터'를 갖고 '더이상 영업이 아닌 마케팅'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서비스가 되지 않았던 지난 오랜 시절동안, 한국의 영업자들은 스스로 독자성향이나 판매성향을 서점에 가서 분석하고 정보를 만들어서 '보고'를 해야 했다. 출판사 사장님들이 '시장동향이나 고객판매 성향 보고서'를 작성해 오라 하면, 그 데이터를 구할 수가 없어서 '거 참 능력없는 영업자네?!'하고 한 소리를 들어 본 경험은 필자도 있었다.

한편, 이런 유통정보시스템의 부재는 한국의 영업자들을 아주 강하고 인내심 있는 사람들로 만들어 냈다. 그래서 데이터분석과 고객성향을 치밀하게 분석해 광고나 홍보에 치중하기 보단, 열심히 발품을 팔아 매장의 간부나 직원의 마음을 감동시켜 판매를 촉진하는 '정감 있는 영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정감 깊은 영업'이 인터넷 등 유통의 다변화로 '먹혀들지 않는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맥과 안면으로 아무리 책을 좋은 매대에 깔아 놔도 '도무지 고객의 발걸음이 떨어져 가는 걸 잡을 수 없는 서점판매저조 결과'를 극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일단은 10년 이상 된 영업자들이 한 숨을 푹푹 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배 영업자들 역시 그렇게 영업을 해야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배웠지만, 이미 현실은 그게 먹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름대로 한숨을 푹푹 쉬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만일에 대기업 마케팅 부서나 광고회사에서 일한 사람이 출판영업을 한다면 나름대로의 고객성향 분석과 판매통계 등을 데이터화해서 보고도 하고, 마케팅 계획도 짜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그런가.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정감 있는 영업자를 원하는 사장님들이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을....

자, '이번 달 출장에서 패배감을 느꼈거나 책이 안움직여, 독자들이 서점을 안찾아'하고 힘에 겨워 하고 있다면, 이젠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방서점이 왜 망해가는지, 대형서점 자본이 왜 지역화 전략으로 나가게 되는지, 북플러스 동국이나 북센이 왜 마트나 편의점에 손을 대야 하는지......이제 현명한 영업자는 불평만 할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며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또 '그럼 앞으로 어떤 영업자로 자신을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감 깊은 영업'='발품 파는 영업'은 이제 힘겹다는 걸 피부로 느끼는 분들께서는 이제 그런 영업, 영업자, 영업인이라는 생각부터 의심해 보자. 자기 경쟁력을 갖고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독자의 성향을 가능한 데이터화하여, 어떤 책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독자들에게 흘러들어 가고 있는지 '도서 유통 판매 구매의 혈관지도'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

왜 그래야 하는가? 유통을 꿰뚫는 눈을 가진 영업자는 '세일즈맨이 아니라 마케터'이기 때문이다. 이젠 영업자가 아니라 '마케터'로서,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하면서 '도서 기획자'들에게 '시장을 중심으로 기획하는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조언해 줘야 한다. 따라서 당신이 바로 살아 있는 기획자이며, 시장의 변화와 미래를 몸소 최전방에서 느끼고 좌우할 수 있는 '전사'이다.

우리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면, 이제는 가슴 속에 불가능에 대한 꿈을 갖자. 출판 마케터로서의 꿈을 갖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동료 제위들께...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