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하는 작사가의 일상

스물 이후의 기록들

출판저작권/체게바라 어록

김형수 출간도서 <체 게바라 어록>_초판

형수오빠 2008. 6. 19. 19:32

체 게바라 어록

김형수엮음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폐부 깊숙한 곳에서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단 한 순간의 의미들의 연속을 통해
단 한번의 삶을 산다는
그래서 더욱
순간마다 우리의 생애는 소중하다는
가르침이었다.
 
그 가르침이
나를 체 게바라의 세계로 이끌었고
어쩌면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간
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밤새 부는 보슬바람에도
소스라치며 새벽을 맞기도 했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 던질 줄 알았던
한 사람

 

그가 살아온 한 순간
거기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매일 본다.

책에 실리지 않았던 엮은이 김형수의 서문 

<진실에 대한 열망과 인생의 참된 선택 사이에서 고뇌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을 위하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진실’을 남긴다. 남겨진 진실은 살아 있던 존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열망해 오던 어떤 삶 자체이며, 죽음에 임박한 순간까지 이르러 토해 낸 성체와 같다. 그래서 모든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은 바로 진실의 성체가 불 밝히는 순간이고 그 성체는 존재들의 지나온 삶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밝혀줌으로써 살아생전 ‘진실을 향한’ 그의 열망에 마지막 불꽃을 태워준다. 그런 의미에서 진실이란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들의 경계에서 양쪽을 아우르며 불 밝히는 생명의 성체인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한 혁명가의 삶을 되돌아보며, 진실이라는 삶의 가치를 다시금 조명해 보는 의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역시 진실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가 늘 깨어 있기를 원함이고 늘 살아 생동하는 삶을 살기 원하는 존재이기에 그러한데, 이는 한편 우리가 끝없이 ‘내가 사는 이유’를 되물으며, ‘나는 누구이며, 너는 누구이고, 우린 어떤 관계이며, 그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인문학적 기초 질문을 우리의 현실이 지속적으로 되물어 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끊임없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고뇌를 통해 우리는 보다 진실에 가까운 삶을 열망하고, 진실을 추구하며, 진실하지 못함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진실의 왜곡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삶으로 투영되어 나타난다.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체 게바라 역시 이 ‘진실을 열망하고 그것을 전하는 삶’을 가장 의미 있는 가치로 여겼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며 문학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의 영향 아래에서 명민한 의학도로 성장한 청년 에르네스토 게바라에게 있어, 진실을 향한 열망은 ‘뜨거운 가슴을 찾기 위한’ 한 청춘의 여행으로 표출된다. 청년기의 정신세계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네루다와 사바토의 시들이 웅변하는 모순된 세상의 현실에 대한 뜨거운 직시의 갈망은 ‘눈에 보이는 것들 넘어 존재하는 삶의 모순구조’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이어져 당시 청년 게바라의 마음가짐을 마치 빈센트 반 고흐가 작품 ‘해바라기’를 그릴 때의 마음가짐처럼 ‘작열하는 태양’과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할 만큼 강직하게 만들어 내었다. 

 

“태양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뜨거운 가슴을 찾아 헤맬 줄 알아야 한다. 그 길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가서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 할지라도”(본문 중)

 

이렇게 시작된 여행에서 그는 기아와 질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과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대를 이어 착취의 굴레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심지어 자기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여행이 지속될수록 그것이 바로 자신이 ‘직시해야 할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병든 자들, 굶주림의 눈빛들과 마주하며 묵게 되는 여행지에서의 밤은 우울하다. 근저에 깔린 묵직한 어떤 울분이 목젖까지 치밀어 오를 때면, 나는 내 인생을 바꿀 그 어떤 힘이 오늘 묵게 될 이곳에서 내일의 그곳까지 전이되고 있음을 느낀다.”(본문 중)”

 

지도상으로 보면 악어처럼 생긴 라틴 아메리카 전역이 점점 안타까운 현실로 눈에 들어올 때마다 청년 게바라는 자신이 찾고자 하는 진실이 바로 이 대륙 곳곳에 걸쳐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아직도 사람이 사는 도시들 중에는 의사가 한 사람도 없는 곳이 있다.”

 

사회의 모순된 현실에 가슴 아파할 줄 아는 청년 게바라는 평범한 우리들과 같이 주어진 현실 앞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왜냐면 그는 의사로서의 보장된 삶이 예비된 자였고, 자신이 본 눈앞의 현실을 금방이라도 눈감아 버린다면,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사회적 특권을 누리며 살아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마음만 먹으면 나는 부자가 될 수도 있다......환자들이 즐비한 과테말라에서 병원을 차린다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는 개인의 성공이 얼마나 불완전한 삶일 수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 안일한 미래에 대해 자신의 신념 더욱 날카롭게 다져간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내 안에서 싸우는 두 명의 나(사회개혁가와 여행자) 모두를 배신하는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청년 게바라는 여행 중 도착한 어느 마을에서 만난 한 경찰관이 “병원을 차리는 게 득이 되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면전에서 청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진정한 의사와 병원이 세워지게 하기 위해서”자신은 “길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곧 진실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자 하는 청년 의학도의 참된 선택 중 하나였다. 한편 우리는 누구나 진실을 향한 여정에서 태양을 마주할 만큼 정직하고 떳떳하기는 쉽지 않은 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르지만, 개인의 보장된 행복을 마다하고 소외된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즉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개인을 희생하는 데는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들이 지속적으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청년 게바라는 스스로, 앞으로 어떤 선택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예감한다. 그 예감은 기아와 질병과 빈곤에 허덕이는 이 대륙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면의 외침이며, 그 외침을 자신의 신념으로 삼은 이상, 그에게서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은 보다 큰 진실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변화하고 ‘진실을 향한 열망’은 사회 모순의 개혁에 눈을 뜨게 한다.   

 

“나를 이끄는 유일한 열정은 진실을 전하는 것이다.”(본문 중)

 

청년 게바라는 앞으로 자신의 삶을 아우를 이 한마디로 뜨거운 가슴을 토해 낸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끄는 유일한 열정, 즉 진실을 전하는 방법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이는 곧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의 현실을 느끼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현실의 모순들을 관조하거나 방관하지 않겠다는 실천의지의 표현이다. 이로써 청년 게바라의 두 번째 여행은 냉철한 이성을 찾는, 보다 구체적인 사회 현실로의 접근을 향해 점점 더 깊이 다가가서, ‘의사가 되어 학위를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불의를 앞에 두고 이론을 이야기하거나 행동을 뒤로 미루는’, “어설픈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어떤 모순체들에 다가설 때마다 이 여행의 등짐은 점점 더 가벼워져 간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세상이 어떤 “적대적인 두 진영으로 나뉜다면”, 자신은 스스로 “민중의 편”에 설 것임을 다짐한다. 가슴으로 아파하고 울분을 감추며 돌아서야 했던 민중들의 비참한 삶 앞에서 게바라는 ‘고통 받는 민중들을, 의사 개인의 가슴으로 뿐만 아니라, 모든 대륙의 가슴으로 떠안아’가고자 했다.

 

“나에게는 모국이 없다.....나는 아르헨티나 태생이지만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나의 조국이라고 생각한다.”

 

대륙 전체의 민중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이성적 성찰에서 나온 여행지에서의 선택은 그 후로 게바라를 보다 실천적인 활동가로 만들어, 과테말라의 정치상황에 대해 개입하고, 쿠바의 혁명운동을 주도하는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동지들에게 대해 관계하게 하고, 혁명운동의 사상과 이론을 보다 깊이 있게 탐독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동지들과 함께 “쿠바 혁명군의 의사병”으로 자원할 것을 결의한다. 
 
이 책은 체 게바라에게 있어, 진실을 향한 참된 삶의 선택이 주는 인간적 갈등에 주목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성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개인적 승리에 불과하다. 나는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여행했고 거기에서 빈곤과 기아, 질병에 죽어가는 무리들을 보았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길보다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선택하겠다.”

 

이러한 선택적 갈등은 의학도로서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지속되어, 게릴라전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된다. 혁명군의 의사병으로 전투에 가담한 체 게바라였지만, 적의 공격을 받아 앞서 가던 동지가 남기고간 탄약상자와 의료상자를 목전에 두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갈등하기도 한다. 결국 그의 선택은 의료상자를 포기하고 탄약상자를 집어 들고 달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실천적 행위를 통해 체 게바라는 보다 더 커다란 진실을 향해 성큼 성큼 역사의 전면으로 다가섰던 것이다.

 

특히 진실을 향해 행동하는 지성은 스스로 자신을 보다 발전된 인간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을 우린 간과해선 안 된다. 피델 카스트로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쓴 추도문에서 볼 수 있듯이, 쿠바에 상륙해 게릴라전을 벌이는 동안의 체 게바라는 중요한 전투를 거듭해 갈수록 처음에는 “병사이자 의사”로서, 그러나 두 번째 전투에서부터는“체는 그냥 병사가 아니라 그 전투의 가장 뛰어난 병사”로서, 점점 더 “두드러진 업적을 세우는 진정한 혁명군의 모습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아울러 목숨을 건 전쟁터에서도 오직 그의 관심은‘진실을 전하고 모순 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은, 매번 위기가 닥칠 때마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몸을 솔선수범해 내 던지는 용맹함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는 그의 삶에서‘인생이란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임을 배운다. 그 선택의 순간마다 체 게바라가 갈등하고 번뇌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일상적으로 ‘선택’을 두고 갈등하고 고뇌한다는 점에서 체 게바라는 우리와 같은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후, 체 게바라의 진실을 향한 열망과 선택의 갈등은 계속된다. 매번 다가오거나 닥치는 현실이 우리를 갈등으로 내 모는 것, 현실과 이상, 그 간격을 매우는 삶의 진실에의 요구들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매번 똑같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쿠바 혁명이 성공한 후, 그 열매의 참맛은 달콤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채, 피델 카스트로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심지어 그에게 주어진 쿠바의 시민권까지도 모두 돌려주고 떠난 체 게바라는 ‘쿠바의 혁명은 성공했지만, 그 혁명을 필요로 하는 곳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무수히 많다’는 걸 강조하며, 기꺼이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마지막일지도 모를 선택을 한 것이다(이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하나의 이야기가 이 책에 소개되는데, 피델 카스트로가 체의 편지를 공개한 이후, 그 사실을 들은 체가 무척 화가 났었다는 사실이다).

 

체의 마지막 선택은 볼리비아였다. “왼쪽으로는 페루와 칠레”를 위 아래로 두고 있었고, “위와 오른 쪽으로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두고 있으며, 아래쪽으로는 “아르헨티나를 두고”있는 볼리비아! 체는 이곳에 “게릴라 진지를 만들어” 투쟁하는 것이 곧 “남미 전역을 넘나드는 게릴라의 거점기지로써 저항운동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어, 볼리비아 산악지대에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해가 그의 나이 39세가 되던 해였다. 그는 스스로 마지막 선택 속에서 기꺼이 자신의 죽음까지도 선택하였다.

 

진실을 향한 열망, 선택,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도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신념에 가득 찬 행동! 이 책이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빼놓을 수 없는 것은,‘사랑’이다. 체는 진정한 혁명가를 이끄는 건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가 얼마나 소외되고 억압받는 자들을 사랑했고, 자신의 동지들을 아꼈으며, 자기 자신을 위한 그 어떤 일에서도 타인에 대한 뜨거운 인간애를 전제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체 게바라가 우리의 곁을 떠나간 지 올해로 40주년이다. 그는 떠났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슬프다.

 

우리가 슬픈 것은 ‘도덕적으로 탁월한 사람, 세심한 인간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 우리가 진정으로 배울점을 찾고 싶은 ‘그런 정신의 존재’를 잃은 게 슬프고, ‘39세의 나이로 그를 세상에서 떠나보낸 것’이 슬픈 것이다. 그리고 더욱 슬픈 건, 체의 아버지의 말씀처럼, “진실에 대해서라면 광적으로 열광하던”우리와 같은 한 젊은이를 잃어버린 것이 슬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슬픔은 체의 슬픔에 비하면 그의 반도 못 따라갈 것이다. 우리 각자의 가슴 속에 남은 체 게바라는 이따금 우리가 그의 삶 앞에 우리 자신의 삶을 견주어 볼 때마다 이렇게 대답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그대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해 우리는 각자 어떤 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기획된 이 <체 게바라 어록>은 이제 ‘체’만의 어록이 아니라 독자들의 인생어록이 되길 바란다. 

 

 

S#. 용기에 대하여

 

태양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뜨거운 가슴을 찾아 헤맬 줄 알아야 한다.

그 길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이라 할지라도,

심지어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 할지라도.

 

S#. 약속에 대하여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건, 단 한 순간의 진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 걸 수 있을 때 해야할 약속인 것이다. 

 

S#. 도덕에 대하여

 

도덕이란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서구 사람들 대부분의 행동을 특징짓는 것이 있다면

개인주의인데, 우리가 거기에 빠져든다면

진정한 도덕이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S#. 청춘에 대하여

 

청춘은 여행이다.

시인 랭보의 <나의 방랑>이란 시에서처럼,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내리 꽂은 채,

그저 길을 떠나가도 좋은 것이다.

여행은 그렇게

마음속에 품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피곤에 지친 몸,

금방이라도 무릎을 꿇고 쓰러져 쉬고 싶겠지만

우리의 의지는 그걸 용납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육체의 한계를 극복해 내는 새로운 삶을 향한 갈망이

청춘의 전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 여행에 대하여

 

여행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지 말자.

보이는 것들 안에서 정작 보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일 것이다.

만나는 도시마다 화려한 제단과 성당보다는 병원과 환자들의 아픔을,

통치자들의 의회보다는 경찰서의 수감자들을,

유명한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나 박물관보다는

길을 거닐며 만나는 행인의 삶과

그들 속에 들어 찬 고통을 보자.

그래야만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내면에 들어 찬

그 무엇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S#. 사랑에 대하여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네가 있기에 가능하다.

내가 너일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밤마다 똑같은 별빛을 바라보고 느끼는 가슴이 있기 때문이다.

 

S#. 희망에 대하여

 

희망을 이야기 한다면

내 안의 믿음보다는

내가 타고난 어떤 자질의 결과로서의

‘목적’을 이루어 내는 희망을 꿈꿀 것이다.

그것이 희망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S#. 선택에 대하여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선택의 시점은 있게 마련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지금 이 순간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진실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나는 내 삶의 진실을 찾기 위해 지금껏 위태로운 여정을 걸어왔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죽음을 좌절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S#. 인간에 대하여

 

훌륭한 인간은

무릇 자신의 행동에서

수많은 다수를 위한 뚜렷한 행적을 남기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과 가족만이 아닌

다른 다수의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자의 대담함과 강인함은

누구보다도 헌신적이며 위대하다.

 

S#. 책임에 대하여

 

무릇 모든 아버지는 장차 자식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도록 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S#. 우리에 대하여

 

‘우리’를 위해 ‘나’를 내어 줄 수 있을 때

인간은 아름다웠으며 여전히 아름답다.

 

적어도 여기에 적힌 글들만큼은 지난 삶에서 내가 소중히 여긴 가치들이거나 앞으로의 삶에서 추구하고 싶은 의미들이리라. 마지막으로 적어 놓은 글은 내 청춘 때부터 줄 곧 생각해 오던 삶이었으나,

이 말을 접하는 순간 더없는 반성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