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피맛골 - 12월 16일 오전 11시 민사독과 신수미 기자는 밤을 샌 날이면 해장술로 하루를 시작하는 버릇이 있었다. 일명 피맛골로 불리는 서울 도심의 광화문 교보문고 뒷골목 노포인 구석집에서 오롯이 단 둘 일 경우가 많았다. 평소 같으면 이른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로 북새통일 테지만 대통령 선거가 있는 공휴일이라 분위기는 한산했다. 두 사람 모두 조금 전까지 종로사우나에서 단잠을 청했고 땀도 빼고 나온 터라 얼굴에는 광채가 돌았다. 그렇게 그들은 막걸리 두 주전자를 비우고 있었다. 옆구리가 사정없이 패인 낡은 양은 주전자는 쉴틈없이 찌그러진 양재기 잔에 탁주를 탈탈 토해 내기를 반복했다. 선지해장국을 담은 뚝배기가 미지근 해 질 즈음 민기자의 낯빛이 벌겋고 불콰하게 달아 오르자 후배인 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