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으며2000년 10월 출간, 에세이 가을비가 밤새 내리더니 새벽에도 그치질 않았다. 실비가 우수수, 영혼의 갈피까지 촉촉이 적셔주는 새벽에 산보를 나선다. 새벽마다 걷는 숲길. 비가 오면 그런대로 그 비를 벗 삼아 걷는 맛이 이채롭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숲길을 걷다 보면 가끔은 자연의 변화가 일깨워 주는 가르침이 있다. 오늘은 비에 젖은 나무의 몸이 검게 보인다. 가지와 잎들도 오랜 시간 비를 맞아 매우 지쳐 보인다. 나무들 사이로 자욱한 안개들이 서서히 피어올라, 어떤 나무가 은행나무이고 어떤 나무가 은사시나무인지 구분이 안 간다. 나무에 가까이 가서, 나무의 몸을 만져보고 가지를 올려다보아야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