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출동명령_12월 16일 오후 4시 30분치안본부장은 구로경찰서장의 전화를 받으며 뒷목을 꽉 움켜쥐었다. 제13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내내 24시 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불철주야로 쏟아 온 노력들이 이번 사건으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직선제 개헌을 통해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인만큼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합법적인 외양을 띠고 정권을 창출하게 돕는 게 경찰 수뇌부의 임무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난 세월 동안 군사독재 정권의 개로 짖어 온 경찰의 면면을 말끔히 분식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선거 당일인 12월 16일은 모든 권력기관에게는 가장 중요한 날이자 역사적인 날인데, 하필 선거 당일에 부재자 투표함 밀반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치안본부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