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인서적 12.

형수오빠 2017. 3. 4. 17:54

송인서적 12.


송인서적 거래업체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습니다.


부도 피해액은 얼마나 되십니까? 부도 피해 어음액만큼 2천만원 이하로 재단에서 지원하는 1.25%대의 융자금은 받으셨는지요? 송인서적 잔고 피해액은 얼마나 되죠? 국가가 정책기관을 통해 피해업체에게 자금 융자를 하고 있는데, 혹시 알고는 계셨나요?


수많은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1. 재단융자 2. 진흥원 콘텐츠지원자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책기관에 융자를 신청한 기업은 몇몇 안되었습니다. 특히 나름 규모가 있다고 하는 출판 기업들이 모여 있는 파주출판단지 입주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약 200여개 입주기업 중 정책기관 자금을 신청한 기업은 10%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중견 출판사는 정책자금융자 신청을 하긴 했는데, 운전자금으로서는 턱없이 모자란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기업은 최근 대표이사의 신용등급이 급락해 당장 신청을 해도 조달금액이 적어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어떤 기업은 매출만큼 부채가 커져서 정책자금조달 자격 선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미리미리 경영과 재무상황을 개선해 놀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파주출판단지의 경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출판사와 인쇄소 등이 많은데, 부동산과 기계 등을 은행담보로 설정해 놓고 '고금리'에 시달리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은행은 철저히 금리 매출로 먹고 사는 기업이라, 한 번 물면 늑대처럼 먼저 놓는 경우가 없어서, 고금리에 시달릴 땐 나름대로 재무적 처방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더군요. 있어 보여도 실제로는 있는 게 아닌, 그래서 전진없는 출판기지가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송인서적과 거래한 출판사 및 유통사는 약3천여 개나 되었고, 지난 2일부터 전화를 걸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1인 출판사, 2인 출판사, 대표 포함 직원 3명~5명이 가장 많습니다. 매출 1천만원, 2천만원, 3천만원~7천만원, 8천~1억, 1억~1억 5천, 2억~3억, 4억~5억까지의 출판사가 가장 많습니다. 아직 3천 개 업체를 다 파악하진 못하였고 계속 전화를 걸고 미팅을 하거나 유선상담을 하곤 있지만, 대체적으로 출판사들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윤곽은 잡혀갑니다.


문제는 가장 많은 수를 이루는 '매출 5억 이하' 출판사들이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요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는 기업이 많습니다. 특히 대표님들이 인세나 급여나 디자인비 등을 결제하기 위해 '현금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거나 TV에 선전나오는 00머니 같은 금융대출을 많이 받고 계신다는 겁니다. 이거 일정금액 이상을 자주 이용하면, 개인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지고, 결국 정책자금지원 결격에 해당하게 됩니다.


기업으로서의 출판사와 경영자로서의 대표님들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출판사는 기업답게 재무제표 작성을 하되, 재무건정성을 잘 갖추어 가야 합니다. 한 마디로 출판사도 기업이니 제대로된 경영방식을 취해야 하고 그 방식의 언어들이 회계상으로 재무제표에 잘 드러나도록 재무경영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판인회의나 한국출판협동조합 같은 출판관련 단체들은 회원사의 경영자들을 위해 '경영수업, 회계수업'이라도 마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규모가 안정된 중견 출판사들이 이런 교육의 1차 수혜대상은 아니겠지요.


예컨데 현실에선 이런 문제가 벌어지는 형국입니다. 재무제표를 작성해온 매출 1억이하 출판사가 정책자금 조달에 성공한 경우도 있지만, 재무제표가 없는 매출 5억짜리 출판사가 정책자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물론 재무제표의 유무가 근본원인은 아니겠지요. 재무제표를 작성해 온 출판사라도 재무상태나 손익계산이 형편없거나 분식을 밥먹듯이 한 흔적이 보인다면, 아무리 매출이 높다고 해도 결격 사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출판사 다음으로 대표님 개인의 신용등급관리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이번 달에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써야 합니다. 급한데 어떻게 서비스를 안써요?"라고 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합니다. 얼마나 힘드시면 그럴까요. 그런데 일정금액 이상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사용은 대표님의 개인신용등급을 마구 추락시켜 버립니다. 따라서 이 일시적 경영애로사항들을 잘 극복한 뒤로는, 경영자로서 계획성을 갖고 자금조달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책기관이나 제1금융권 은행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중시하는 만큼, 대표님들의 개인신용등급을 중요시 하거든요. 담보 없는 신용대출이란 게 등급관리에 따라 좌우되니까요. 이는 국가기관이나 금융기관이나 다르지 않으니, 각별한 신용관리가 필요합니다.


3천여 개의 출판업체 중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 전화를 걸어 상황 파악을 할 것입니다. 출판사들의 현황을 어떤 데이터로 알 수 있게 되면 앞으로 우리가 우리를 지키는 데 더 큰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특히 출판사들이 '기업'으로서 경영환경과 재무상황을 개선하는 데 문제의식을 공감하고 새롭게 힘을 내어 성장의 발판을 넓게 다질 수 있다면, 출판산업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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