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0대 출판사 기업분석 1. 김영사
한국의 100대 출판사 기업분석 1. 김영사
김형수 / 중소기업 경영컨설턴트
ㆍ
ㆍ
최근 김영사 박은주 전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30대에 CEO가 되어, 전설적인 성공 신화를 써온 그를 떠올리면, 적어도 적지 않은 김영사 주식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수십 년 근무한 대가로 최소 수십 억의 퇴직금 정도는 받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김영사라는 회사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23년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기업 김영사, 그 속살을 슬쩍 들춰 본다.
2017년 현재 김영사는 자본금이 12억이고 지난 23년 간 쌓인 이익잉여금만 327억인 339억의 자본을 자랑하는 법인기업이다. 작년 말 기준 부채총액은 53억인데, 2015년 45억보다 부채가 좀 늘긴했으나 그 대부분이 지류 등 거래처 잔고상승분과 저자인세 등 미지급금으로 보여, 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면에서 매우 안정적인 기업으로 보인다.
2016년 매출액은 201억으로 2015년 217억보다 16억 하락했다. 매출하락 내역을 살펴 보니, 서적매출은 19억으로 16억보다 더 많이 하락했고 상대적으로 상품 및 기타 매출이 상승한 점이 돋보인다. 이를 통해 볼 때 김영사는 지난 한 해까지 서적출판이라는 고유매출보다는 다른 영역으로 경영방침이 기울어 있었다는 측면이 엿보인다.
자산은 392억인데 크게 둘로 나눠 보면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이 247억, 145억이 비유동자산이다. 유동자산 내역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2016년 12월 말일자 현금성자산이 53억이었는데, 이는 2015년도의 25억보다 약 2배나 현금유동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는데, 기업은 현금보유력이 2배나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살펴보니 김영사는 2015년까지 단기금융상품으로 70억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6년도 한해 동안 40억을 해지 또는 회수한 사실이 있었고, 이로 인해 회사는 부족한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대내외적으로 2015년부터 둔화되던 영업현금흐름에 탄력을 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사의 펀더멘털은 출판기업의 특성상 토지와 건물과 구축물을 중심으로 한 유형자산, 맨파워로 불리는 내부인력, 가치의 원천을 제공하는 저작권(저자)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장부가로 보면 김영사의 유형자산은 토지 22억, 건물 52억, 구축물 2억 정도로 기계장치나 차량운반구 및 비품 등은 거의 감가상각이 완료된 상태였다.
김영사의 자산구조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점은, 200억대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다른 출판사들과는 달리, 기업의 미래가치를 내다 볼 수 있는 자산구조가 상대적으로 허약한 상태라는 점이었다. 출판기업 특유의 산업재산권이나 저작재산권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이 기업이 지향하고 있는 미래가 언제든 크게 요동칠 수 있음을 가늠케 하며, 비서적분야로의 투자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출판기업이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해 집중투자해야 할 부문은 크게 저작물, 고급인력, 적정원가(종이 및 제작비 등), 최적의 광고홍보비로 나눠볼 수 있다. 이 투자는 경영의 영역이고, 경영자는 이 투자전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 경영의 영역이 있다면, 투자를 통해 생산해 낸 책이란 제품이 창고에 재고자산으로 쌓이고, 서점으로 출고되고, 고객에게 판매되어 현금이 기업으로 리턴하는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이다.
매출상승과 이익증대의 내부동력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앞에서 말한 2가지 영역에서의 출판경영능력에 달려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김영사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찾지 않으면 10년 후 미래가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상적으로는 책이란 제품이 현금화되어 리턴하는 시스템과 재고의 손실관리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이나 실제로는 내부동력을 향한 재투자와 외부사업을 향한 투자의 균형을 조율하는 게 더 시급한 일일 수도 있다. 이는 2017년도 한해 동안 김영사의 경영진이 놓쳐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경영이슈임엔 분명하다.
김영사의 지배구조를 보면 김강유 69.10%, 김** 3.46%, 김** 3.46%, 자기주식 3.05% 및 기타 소유 20.93%이다. 대표이사 김강유와 특수관계인 및 우호예상지분만 79.07%인 과점지배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송인서적의 부도전 지배구조와 동일한 형태이고, (주)민음사와도 같은 구조이다. 가족기업화 되어 방만경영이 우려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신속하고 분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다는 장점도 있다.
김영사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은 총 6개 법인으로, 100% 투자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2개의 계열사 외에 4개 법인은 최소16%~최대48%까지 주식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6개 법인에 52억을 투자한 결과는 어떠할까. 2016년 기말 기준 순자산가액은 43억 밖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형국.
게다가 이 6개 기업 중 한 기업에게 29억의 자금이 대여금 형식으로 흘러가 있는 사실도 발견된다. 김영사가 16%의 지분을 소유한 이 기업은 2016년 매출이 하락세를 보여 13억대 매출에 마이너스 9억의 손실을 냈다, 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의 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면, 김영사는 이 대여금을 못받을 수도 있다. 김영사가 투자한 6개 법인의 총 손실은 작년 말 기준 20억대에 이른다.
핵심을 다시 정리해 보면, 김영사의 자산구조는 비교적 탄탄해 보이지만 현금 흐름은 서서히 둔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 내부 자금이 미래성장 동력에 투자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서적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부 투자에서 동력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점, 10년 후 미래를 내다 보는 로드맵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 이 점에서 2017년 경영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